"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제목부터가 너무 흥미로워서 구매를 미룰 수가 없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낮에 졸게 될 뿐이다. 야행성 인간이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하다.
야행성 인간에 관련해서 먼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이야기의 요점은 이렇다.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애쓰다가 요철할수 있다.'
사실, 데카르트가 요절한 핵심 원인은 무리한 아침 기상이었다. 1649년, 소문난 학구파인 스웨덴의 크리스티나 여왕은 데카르트를 철학 교사로 초빙했다. 하지만 데카르트는 여왕의 요청에 섣불리 답을 하지 못했다. 여왕은 아침형 인간인 반면 데카르트는 타고난 야행성 인간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웨덴은 무척 추운 곳이여서 데카르트는 더 망설였다. 하지만 여왕의 극진한 예우에 데카르트는 결국 스웨덴으로 가게 됐다. 불쌍한 데카르트
데카르트는 야행성이라 밤을 새며 일하기를 좋아했는데 여왕은 아침형 인간이라 새벽 4시면 일어나서 5시 철학 강연을 명했다고 한다. 동이 트기 전, 어둠 속에서 데카르트는 엄청난 추위를 느끼며 여왕에게 강연을 하기 위해 가야만 했다.
결국 데카르트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기상 시간과 살을 에워 싸는 추위 때문에 페렴에 걸려서 생을 마감했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회사에 가기 위해 고통스럽게 일어나는 야행성 인간인 내가 투영되어 보였다. 아, 야행성 인간에게 아침기상은 너무도 고통스런 일이다.
'인간의 행복은 자신의 골든 타임을 얼마나 충실하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21p 이처럼 야행성 인간의 골든 타임인 밤을 즐겁고 슬기롭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에 담았다.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흥미로웠던 부분을 발췌해 본다.
1.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는 <도락과 직업>이라는 글에서 "도락이란 자신을 위한 것이고, 직업은 타인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직업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타인을 위한 일이라고 정의해야 합니다. 타인을 위한 것이 결국 자신을 위한 것이므로 직업은 타인 본위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 내키지 않고 쉬고 싶어도 사람들이 요구한다면 그들의 뜻에 따라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서는 장사든 사럽이든 제대로 꾸릴 수 없습니다.
(...)
도락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 만큼만 하면 되기 때문에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도락이 직업으로 바뀌게 되면 그때까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권위는 타인의 손으로 넘어갑니다. 따라서 즐거움은 자연스레 고통으로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29p
> 도락의 뜻을 살펴보면, 본 직업 외에 재미나 취미로 하는 일. 도(道)를 깨달아 스스로 즐기는 일. 이라고 찾아볼수 있다. 대학 입학과 직업을 정할 때 흔히, 본인 좋아하는 일을 공부하려고 정한다던지 직업으로 정하는 일이 있는데, 그럴경우 결국 그 일을 싫어하게 되서 혼란을 겪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그 이유를 정확히 짚은 글이라고 생각했다. 낮에는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직업을 이행하고 있는 것이고 퇴근 후 밤에는 야행성인간으로서 도락을 행한다. 낮에는 아웃풋을 행하고 밤에는 인풋을 쌓는다고 볼 수도 있다.
2. 지성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선입견이나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다. (...)
독일 철학자인 에드문트 후설은 이를 가리켜 "괄호 안에 넣는다"고 표현했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일반화해 판단하지 않고 존재 자체로 보존하는 것이다. (...)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에도 마찬가지다. 눈앞에 있는 대상을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그리기 위해 기존의 선입견을 '괄호'에 넣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과가 앞에 있다고 치자. 화가가 사과를 그릴 때는 먼저 '이것이 사과다'라는 개념을 버리고 존재 자체만 본다. 137p
> 지성이란 단지 지식이 많고 지능이 높고 그런 뜻인지 알고 있었는데 이 부분을 통해 아주 멋진 능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입견이나 편견에 얽매이지 않고 다른 시간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이라니 야행성 인간이 밤을 활용하여 키울 수 있다는게 흥미롭다.
독일 철학자의 '괄호 안에 넣는다'는 표현도 신선하다. 이를 통해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은 채로 아는 것을 새롭게 볼 수 있다. 미술관에 가서 수많은 그림을 볼때면 사실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화가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새롭고 보기 위해서, 그리고 새롭게 보여주기 위해서 선입견을 괄호 안에 넣고자 노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 발상은 시도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모자르트, 비발디, 바흐 같은 위대한 음악가들이 생전에 남긴 작품은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그 수가 어마어마하다. 바흐는 평생 1,100여 곡을 남겼고, 모차르트는 30대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는데도 600여 곡을 남겼다. 20세기 현대 미술에 큰 발자취를 남긴 피카소는 하루에 한 작품꼴로 왕성한 활동을 했다. 이 숫자들은 가히 인간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업적을 남길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타고난 재능 탓도 있겠지만, 절대적으로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180p
> 여기서 나는 발상의 비밀을 깨달았다. 아인슈타인도 위대한 음악가들도 세상에 작품을 남기고 떠났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대부분 사람들이 5가지, 10가지, 20가지 생각을 하다가 그만 둘 때 그들은 백 가지, 천 가지 아이디어들을 생각해내고 시도했다. 발상은 작가의 말대로 시도할수록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이 밤에 잠이 오지 않았던 것도 이해가 간다. 그들은 계속해서 생각해냈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오늘은 이 생각 내일은 저 생각 그러다가 우리를 지금 풍요롭게 하는 무언가가 만들어진 것이다. 발상력의 핵심은 많은 양이다.
야행성 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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