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의 생각법(조훈현 지음)★★★★★
만화, TV 드라마 <미생>의 기반이 된 잉창치배 결승대국을 둔 프로 바둑기사 조훈현님의 책이다.
이 분이 둔 바둑이 그 '미생'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하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게 되었다.
누군지도 모르고 그저 고수의 생각법이 알고 싶어서 책을 펼쳤지만 어쩌다보니 이 책을 통해 바둑계의 고수를 알게 되었고 인생이 바둑과 아주 흡사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바둑을 둘지도 모르고 배울 생각도 없고 고수도 아니지만 알바고와 대결하는 이세돌을 TV로 보았고 일본의 유명한 만화책 <고스트 바둑왕>은 재밌게 봐서 그런지 쉽게 읽을 수 있었고 마치 한 편의 만화책을 보는 것만 같았다. 그의 바둑대국이, 인생이, 눈 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일반인의 인생과는 무척 달라서 흥미진진했다.
평범하게 초중고 나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다니는 나에게는 그의 삶은 그냥 '만화' 그 자체로, 대사 하나하나도 유명한 만화에 있는 명대사 같았고 전해지는 감동도 마치 20권이 쌓여진 만화책을 읽어보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생각해서 내린 하나의 결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무거운 것인지 그게 또 얼마나 찬란한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인생을 한 수 배워가는 책 한 권이었다.
[ 유의미한 부분 ]
이 길고 끝없는 고통의 나날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것은 생각밖에 없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생각, 주변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확고한 생각, 우리 인생을 좀 더 가볍게 즐겁게 꾸려나갈 수 있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채워나가야 한다.
우리 모두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살얼음 같은 바둑판 위를 한 발 한 발 걷고 있다. 생각의 위대한 힘으로 최선을 다해 자기만의 바둑을 두자. 자신의 영토를 최대로 넓히자. 신중하게 포석하고 거침없이 공격하되 치열하게 방어하자.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이긴 것이다.
생각 속으로 들어가라
패배보다 부끄러운 건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바둑과 나, 단 둘만 남았다. 그 절대적인 고요의 순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내가 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답을 찾아낸 것이다.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다.(...)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그 문제를 풀고야 만다. (...)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나는 '생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호수가 아니라면 묘수라도, 그것도 아니라면 악수나 과수라도, 치열하게 고민하여 스스로 선택한다.
우리 모두는 날마다 생존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자신만의 바둑을 두고 있다.
바둑이 내게 가르쳐준 바에 따르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하여 생각하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다르게 생각해라
일단 기본기가 다져지면, 그때부터는 다시 망아지가 되어야 한다. 바둑은 틀 안에 갇히면 끝장이다. 생각과 생각으로 싸움을 벌이는데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수만 놓는다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바둑사의 한 획을 그은 이들은 모두 정석을 뛰어넘어 새로운 수를 찾아냈고, 그들만의 정석을 다시 만들었다.
변화와 혁명은 바로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 생각을 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싸울 힘을 기른 후, 마침내 도전하여 이기는 것이다. 그 출발은 언제나 남과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창의적 사고에서 시작된다.
생각은 자아를 단단하게 만든다
튼튼한 바둑 세계를 구축한 자들은 모두 자신만의 '류'가 있다.
바둑을 어떤 식으로 놓는다는 것은 세상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겠다는 나만의 선언이다.
내가 답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답이 없는 게 바둑인데 어떻게 너에게 답을 주겠느냐. 그 답은 네 스스로 찾아라.
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바둑이다.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푸는 건 매우 쉽다. 하지만 그런 방식은 조금이라도 공식에서 벗어난 문제가 나오면 힘을 쓰지 못한다. 반대로 혼자서 실컷 헤매본 사람은 공식 따위는 몰라도 된다. 생각을 하면서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내면 되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도 눈치 보지 않고,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당당하게 밝히고 신념대로 행동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려면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져라
모든 발견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왜 이런 거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이게 정말 최선일까?' 이런 질문들을 하지 않는다면 생각은 시작되지 않는다.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이야말로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때다.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집중하여 생각해야 한다.
나의 영토를 확장해라
자신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최대로 발휘하는 것, 꿈을 실현하는 것, 그리하여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세상에서의 영토 확장일 것이다. 항상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갈구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
1등이 되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가능성의 최대치까지 올라가봐야 한다. 아직도 정복해야 할 영토는 무한히 남아 있다.
새로운 '류'로 승부하라
새로운 '류'란 이기는 '류'다. 그것은 상대방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분석하여 그 허점을 파고들면서 탄생한다. 지금까지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창의적인 '류'라고도 말할 수 있다.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어떤 류를 갖고 있는지 돌이켜봐야 한다. 누구나 갖고 있는 낡은 류인가. 아무에게도 없는 새롭고 창의적인 류인가. 남과 다른 류를 가지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다.
어떤 상대에게도 기죽지 마라
아무리 실력이 좋은 바둑 기사라고 해도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세는 제대로 된 경기를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승부의 첫째 조건은 뭐니 뭐니 해도 기백이다. 표정도 자세도 행동도 자신만만해야 한다. 아무리 대단한 상대를 만났다고 해도 기가 죽지 않아야 한다. 쫄았다는 걸 들키는 순간 상대방의 기세가 등등해진다.
결전의 순간, 주눅 든 마음으로 링 위에 오르는 것만큼 패배를 앞당기는 것은 없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경험과 자신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잉창치배에서 고바야시를 만났을 때, 나는 내 바둑을 믿기로 했다. 긴장하지 않고 집중한다면 얼마든지 대등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실력의 차이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기백과 자신감의 차이, 압박감을 이겨낼 수 있는 담력과 집중력의 차이가 더 컸다고 나는 생각한다.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그만큼 나의 기운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감을 기를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여러 종류의 시험과 테스트에 도전하는 것, 수없이 면접을 보는 것,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것, 낯선 일에 도전하는 것, 더 어려운 업무를 숭행하는 것 등.(...)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수없이 져야 한다, 따라서 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만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에 충실해라
사람들은 현실에 불만을 갖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바로는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이 최고의 환경이다. 불만을 갖고 환경 탓을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가 최선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바둑은 지금 여기, 현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바둑을 둘 때는 모든 잡념을 버리고 오로지 바둑판 위에 마음을 집중해야 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순간이 다시없는 소중한 순간이다. 모든 꿈의 출발은 '지금,여기'다.
판 밖에서 바라봐라
바둑 격언 중에 '반외팔목'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자면, 바둑판 밖에서 보면 8집이 더 유리하다는 뜻이다. 이것은 불안, 초조, 욕심 등으로 인해 눈앞에 있는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걸 비유하는 말이다.
인생은 원래 그런 것이다. 다 가졌다가도 다 잃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한탄하고 절망한다면 승부는 거기에서 끝난다. 그러나 계속 게임을 할 의지만 있다면 승부는 계속된다.
우리는 모두 세상이라는 거대한 바둑판 위에 서 있다. 돌을 던지고 나가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에겐 보여주지 못한 수많은 가능성이 남아 있다.
꿈보다 현실이 먼저다
돈은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 피나게 노력해서 정상에 올라섰을 때, 그 대가가 보잘 것 없다면 무슨 보람이 있겠는가. 특히 프로의 세계에게 우승이란 당연히 어마어마한 상금으로 세상에 떠들썩하게 보여주는 것이 마땅하다.
꿈을 갖고 있다면 더 높이 올라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더 좋은 대우, 더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내 능력을 인정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내 능력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더 좋은 옷을 입고 더 좋은 집에서 사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고수의 말을 잘 들어라
정말이지 수많은 변수가 있고 분할된 여러 구역이 있다. 한쪽에서는 치열하게 공격을 해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필사적으로 방어를 해야 하고, 또 다른 한쪽은 돌을 포기하고 훗날을 도모할 것인지 끝까지 사수할 것인지를 결단해야 한다. 게다가 구역들은 서로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반드시 연결된다. 고수가 된다는 것은 서서히 이 연결 고리를 깨우치는 것이며 스스로 그 연결 고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고수는 내가 가보지 못한 수많은 길을 이미 가본 사람이다. 나는 아직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급급하지만 고수는 그 일뿐 아니라 다른 일까지도 저 위에서 굽어보며 침착하게 대응한다. 고수가 되고 싶다면 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
버려야 할 것은 미련없이 버려라
'사소취대'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살아가면서 연연해하는 것들을 하나씩 버리고 포기하는 게 오히려 약이 되고 득이 된다는 지혜를 나는 바둑에서 터득할 수 있었다.
지금의 선택이 다음의 기회에 영향을 준다. 당장 주어진 기회는 달콤하다. 그러나 그것이 훗날 더 큰 대가를 요구할 수도 있고, 오히려 그걸 버려야 더 큰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멀리 떨어져서 판을 구석구석 읽으면 정답이 보일 것이다.
선택하지 못한 고민, 마무리 짓지 못한 인간관계, 버리지 못하고 아직도 얽매여 있는 물건, 기억, 감정 등을 훌훌 털어버리자. 몸과 마음이 가벼워야 더 빨리, 더 오래, 더 멀리 뛸 수 있다.
더 깊이, 더 오래 생각해라
바둑의 미학을 중시했던 다케미야 9단은 그 5시간 7분 동안에 머릿속에서 수백 판의 바둑을 두고 허물기를 반복하였을 것이다. 마침내 놓은 결정의 한 수, 그것은 세상을 향해 나는 이런 바둑을 펼쳐보이겠다, 이런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그의 선언이었다.
문제는 언제나 욕심이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면 서너 수 앞이 안 보인다. 그래서 수읽기를 제대로 한다는 건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프로 기사들은 자신에게 유리해 보이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고, 바로 그 순간이야말로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순간이라는 걸 늘 되새긴다. 얕은 수읽기의 결과는 반드시 스스로 치르게 된다.
신념을 위해 악수를 둔다
생각과 행동의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해서 반드시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바투는 실패했지만 좋은 시도였다.
지식으로 수읽기 해라
수읽기는 많이 알면 알수록 유리하다. 수읽기는 직관과 경험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지식이 많아야 한다.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로 지식을 많이 쌓아두어야 다양한 각도에서 판을 읽고 더 멀리 예측할 수 있다.
우리가 인생의 수읽기를 잘하려면 자기 분야에 대한 꾸준한 공부와 함께 세상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인문학적 지식을 쌓으면 직장에서 일을 처리하는 방식, 동료들과 소통하는 방식, 그리고 모든 일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이 달라지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으며 더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불안해하는 이유는 그만큼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많이 아는 사람은 강하다. 많이 알면 실수가 줄어들고 더 멀리 볼 수 있다. 따라서 최선의 수읽기는 열심히 공부하여 지식과 실력을 쌓는 것이다.
눈을 부릅뜨고 실패를 봐라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고수는 날마다 복기한다
기보를 보면서 고수들의 포석과 정석을 익히고 위기 앞에서 어떻게 버텼는지, 어떤 묘수로 빠져나왔는지 그 사유의 방식을 배운다.
하나씩 놓아보면서 왜 거기에 놓았는지, 어떤 의도가 있었는지 헤아리다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의 방식을 알게 된다.
하나의 기보를 분석하는 데 수십 일이 걸리기도 한다.
실전에 나가면 단 한 수의 차이로 모든 것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상대방을 분석하는 데 시간을 쏟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해온 바둑 공부를 쭉 이어서 하는 것이 더 나은 준비하는 걸 깨달았다.
낮에 둔 바둑을 그대로 기억하여 다시 놓아보는 것은 바둑 공부의 기본이다. 그날 둔 바둑은 현재의 내 실력과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잘못된 게 있으면 지금 고치고 넘어가야 한다.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
내가 기억하는 건 오직 선생님의 '레거시(legacy)'다. 선생님이 나에게 남겨주신 유산, 바둑에 대한 사랑과 그 곧고 깊은 정신세계를 기억할 뿐이다.
더 많은 사람을 품어라
나의 가슴은 몇 명이나 품을 수 있을까. 아무리 노력해도 선생님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 같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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