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대작전(박선미, OMassKo 지음) ★★★★☆
두 여자 크리에이터의 존재감 있게 일하는 법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는 인스타에서 모 카피라이터분께서 좋은 책이라고
인스타에 올린 게시물을 접하고 나서였다.
조금 고민하다가 바로 구매를 하고 천천히 읽어나간 책이고 읽어갈수록 알찬 내용이었던 책이다.
나처럼 카피라이터로서 고민이 있다던지, 아니면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카피라이터, 광고쟁이로서 많은 세월을 여성으로 살아온 배울 점이 많은 두 여성 크리에이터분들에게서는
보석처럼 빛나는 생각과 태도, 그리고 열정이 있었다.
그런 부분이 감동적이면서도 멋있으면서도 감탄스러운면서도 부러우면서도 존경스러우면서도
그 수많은 감정들 속에서 배울 점이 참 많았다.
그래도 감사한 부분이 제일 큰 것 같다. 그렇게 살아온 경험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책으로나마 알려주시는 부분이
나와같은 사회초년생들에게는 참 고마운 것 같다.
책 중간중간 고민해서 했던 노하우들을 알려주시는 부분이나
어려운 상황에 어떻게 헤쳐나갔는지를 보면서 용기와 현명한 방법들을 조금이나마 알게 된다.
그래서 나는 그런 마음에 와닿았던 것들을 언제든지 편하게 보고 싶어서 이 블로그에 세세하게 기록해 놓고자 한다.
사람마다 와닿는 부분은 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내가 정리한 부분들이 파편적이기도 하고 나를 위주로 정리해나간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에게는 별로 이 글이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역시 책은 직접 읽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런 배울 게 많은 책일수록.
*여자 그리고 크리에이터*
좋은 광고 캠페인을 만드는 것도 여성 광고인의 일이지만,
직업의 영역을 넘어 편견으로 가득 찬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한몫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고 말입니다.
여성 크리에이터라면 독립된 인간으로서의 개성, 여자로서의 본성, 크리에이터로서의 야성을
잘 버무려가며 새로움에 도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집니다.
첫 해 PR부문에서는 P&G의 브랜드 '올웨이즈'가 그랑프리를 가져갔습니다.
이들이 진행한 #라이크 어 걸#Likeagirl' 캠페인은 '여자아이처럼'이라는 말에 담긴 '여성은 자신감 없이 소극적으로 행동한다'는 고정관념을 '여성스럽다는 것은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바꾸려는 시도였습니다.
세상에는 여성의 눈으로 바라보고 바꿔야 할 것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여성의 목소리로 여성을 이야기하는 여성 광고 크리에이터가 더 많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꺼리를 찾는 전문가*
그들은 온갖 책이란 책은 다 읽고 잡지나 신문기사 등을 스크랩하고 혼자 사색만 하다가 뭔가를 써낸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자기 스타일대로 글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전개하고 캠페인의 전체 맥락과 스토리를 세웁니다. 그 맥락의 핵심을 '크리에이티브 컨셉'이라 하고, 거기에서 스토리의 주제가 될 키워드를 뽑아냅니다. 이 키워드가 바로 우리가 '카피'라 부르는 것들입니다.
광고 캠페인의 전략에 해당하는 컨셉을 잡고 그것을 중심으로 핵심 키워드를 뽑는 사람이 바로 카피라이터입니다. 광고 캠페인의 기둥 역할이므로 카피라이터는 단단한 사고력을 기본기로 갖추어야 합니다.
카피라이터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새로운 워딩wording, 즉 낱말을 찾는 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달리 보이는 단어를 탐색하여 프레임을 짜고 말맛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광고 카피는 낯선 것에 더 강한 힘이 있다는 확신, 그리고 날것의 단어가 거칠어도 뾰족한 말맛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초보 크리에이터의 역할은 될 만한 '꺼리'의 탐색입니다.
*어쩌다 크리에이터*
저는 <카피 연감>이라는 책을 한 페이지씩 넘겨가며 눈에 띄는 카피를 베껴 쓰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카피 연감>은 그 해의 광고 명작만을 수록해서 매년 발행하는 두꺼운 책인데요.
일본 카피라이터들은 이 책을 베껴 쓰는 작업을 '사경'이라 부릅니다(원래는 불교 경전을 필사하는작업을 뜻합니다). 15년 치를 사경한 뒤에는 일본 광고 명작을 모아놓은 비디오 테이프를 (당시에는 구글 검색이 없었으니까요)를 시청했습니다.
재미있는 광고를 보고 단순히 '재미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가 왜 재미있는지'를 알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 아이디어가 왜 재미있는지' 알아내는 과정도 초보 크리에이터의 몫이죠.
지금도 '어떤 부분에 OOO했는가'라는 문장이 있다면 '공감했는가, 재미있어했는가, 슬퍼했는가' 등을 대입해봅니다.
개중에는 제가 잘 알지 못하는 제품도 적지 않았죠. 그럴 때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그 사람과 제품과의 관계를 상상하려고 합니다.
*전지적 시점 카피라이터 편*
클라이언트에게 프레젠테이션하기 전날, '이 글씨를 조금 더 키우자', '미소 짓는 표정보다는우울하게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 것이 더 느낌 있다' 등의 의견을 나누고, 한창 광고를 편집하다가 '고양이가 기지개 켜고 하품하는 컷을 여기에 갑자기 넣으면 어떨까' 같은 아이디어를 뒤늦게 내는 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완성품을 만드는 과정이 저는 정말 즐겁습니다.
종이와 펜 그리고 상상력만 있다면 카피는 쓸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아이디어가 되고 스토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경험이 많은 사람은 지견이 많은 사람, 즉 꺼내 쓸 경험의 서랍이 많은 사람이 됩니다.
그럴수록 많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인격으로 변신할 수 있습니다.
*관찰은 실력의 기초가 된다*
'처음부터 완벽한 아이디어는 존재하지 않는다'던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내가 좋아하는 특정 스타일보다, 다양한 글과 아이디어를 되는대로 많이 관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카피를 문장으로 어떻게 완성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거장들의 글을 읽는 것도 좋은 훈련입니다.
김훈 작가의 섬세한 일상 묘사, 이해인 수녀의 수채화 같은 글, 요시모토 바나나의 반짝이는 비유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냉소적이면서도 쿨한 여운을 남기는 문체, 하이쿠에서 발견하는 인사이트...
미술관에 가거나 화보를 볼 때 인상 깊은 한 장면을 간직했다가 생각의 프레임을 만들어 보관합니다.
그 프레임의 앞뒤에 스토리를 붙여보는 겁니다. 소설을 읽을 때고 제 마음에 울림을 주는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중심으로 이런저런 조합을 시도해 봅니다.
항상 머릿속에 무언가를 넣고 다니는 버릇을 들이는 편이 좋습니다.
JR도카이선의 '크리스마스 익스프레스'의 키 카피는 "돌아온 당신이 최고의 선물."
화장물 선물세트 광고 카피. 5월 감사의 달 캠페인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이를 먹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쨌든 일상에서 마주치는 모습에 대한 소소한 관찰과 생각을 카피에 반영했을 때 좋은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어떤 경험이든 씨앗이 된다*
내가 직접 겪은 일이나 다른 사람에게서 들은 경험을 떠올리다 보면 좋은 아이디어 소재를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초보 크리에이터라면 본인이 나이에서 바라본 것, 그때 느꼈던 생각이나 감성의 기록을
소중히 간직했다가 끄집어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구두 브랜드 카피
"그가 이마에 키스를 한 순간, 하이힐을 신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플랫슈즈
"그의 곁눈질은 불륜, 나의 곁눈질은 자유"
모 화장품의 가을 립스틱 카피(브라운카키 컬러 립스틱)
"오늘 모델 같다는 말을 들었다."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들은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위해 아이디어가 존재하는 곳으로 구석구석 찾아갑니다.
그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단서나 단어를 수집하고, 그 안에서 광고 테마나 카피 재료를 건집니다.
자일리톨 껌 카피
'휘바hyva'
핀란드 대사관에 전화도 여러 번 걸었고, 핀란드인의 뉘앙스와 발음을 정확히 알고 싶어서 몇 번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 찾아낸 의미나 단어들은 숙성된 생각이 결집해야 카피가 됩니다.
카피는 엉덩이 힘으로 쓴다고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고
오래 생각할수록 좋은 카피를 쓰게 된다는 농담에서 나온 거죠.
먼저 현장에서 단어들을 발견해 와야 합니다. 그런 다음 단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바꿔보고 조합해보는 숙성의 과정을 거치는 거죠. 주변 타깃 소비자의 일상 언어를 그대로 써본다거나, 최근 본 영화 대사를 인용한다거나, 좋아하는 시를 변형해본다거나, 의문형으로 바꿔서 호기심을 준다거나, 신조어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함축시키거나 비유어로 치환할 수도 있고, 친구와 나누는 대화형으로 바꿔볼 수도 있죠.
일하는 이에게는 '경험이 학습의 핵심'이라 했습니다. 덧붙여 중요한 것은 '양보다 경험의 질'이라고 했죠.
*마케터의 눈으로 성장한다*
가장 좋은 것은 논리적인 광고에 강한 선배와 감성적인 광고에 강한 선배를
모두 두루 일해보는 것입니다.(이성소구, 감성소구)
모든 마케팅에는 풀어야 할 과제가 있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관점이 뿌리가 되어야
비로소 호소력 있는 광고 메시지가 나옵니다.
'사람들이 이 제품에서 기대하는 가치는 이런 것이다'라고 감성의 가치를 찾아줍니다.
공감 메시지의 단서는 대개 그 과정에서 발견됩니다.
크리에이터라면 마케터들이 가치를 발견할 때 사용하는 '문제를 발견하는 눈'과, 이를 감성적 가치로 풀어내는
'생활의 눈'을 훔쳐올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사람들이 반응할지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자기검열을 거쳐 도약한다*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 <정리의 힘>에서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고 했는데요.
버리는 이유는 정말 필요한 것을 남기기 위해서입니다.
좋은 카피라이팅은 곧 '내가 쓴 것을 하나씩 버리는 일'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남들이 다 좋다고 인정하는 것'이라는 사실
버리고 버리고 또 버려서 남은 최고의 요리만을 아이디어 회의라는 식탁에 올려놓은 겁니다.
내 아이디어들은 최상의 품질일까?
*내가 기억하는 어휘로 기획하다*
헤드카피 100개를 써서 선배 카피라이터에게 보여주고 좋은 카피를 골라달라고 부탁하거나,
선배가 쓴 헤드카피에 이어지는 보디 카피를 쓰곤 했습니다.
공공 광고기구 : 수질오염 방지 캠페인
"물을 더럽히지 마라. 오염된 물이 몸에 들어간다"
>>
전신이 물로 이루어진 워터맨이 등장해 "사람 몸의 70%는 물입니다"라고 말한 후,
효과음과 함께 워터맨의 내부가 더럽혀져 무너지는 영상으로 물 오염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당신이 더럽힌 물은 언젠가 당신을 오염시킵니다"라는 카피를 내보냅니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조그만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내는 것,
이것도 카피라이터에게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소리치는 카피, 속삭이는 카피, 카피에도 볼륨이 있으니까요.
'나의 특장점과 클라이언트가 준 과제 사이의 접점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는
크리에이터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결국 저는 내가 CD가 됐다고 생각하면서, 비주얼은 이걸로 괜찮은지, 카피는 충분한지, 전체 밸런스가 맞는지,
이 사진작가를 선택할지, 견적 합의는 어떻게 할 것인지 하나하나 판단해 실행에 옮겨야 했습니다.
두꺼운 종이를 양쪽 귀 앞에 붙이고 말해봤습니다. 그러면 목소리가 내 귀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바닥, 가구 등에 부딪혀 방 전체에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거든요.
"좋을 대로 해. 범죄만 아니면 돼"
*돌부리도 있고 샛길도 있다*
오직 사람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라는 상품을 창조해냅니다.
그래서 팀원들 간 호흡이 중요하고 팀이 똘똘 뭉칠수록 좋은 성과가 납니다.
특히 크리에이터들은 아이디어 경쟁을 하면서 협업도 해야 하니 팀원들 간의 합이 아주 중요합니다.
내가 생각한 카피에 어떤 비주얼 아이디어를 붙이면 좋을지, 키 이미지를 어떤 느낌의 카피로 받쳐줘야 하는지 서로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좋은 사람들이 크리에이터가 되기도 쉽기 때문 아닐까요.
크리에이터. 무엇보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어렵습니다. 오죽하면 혹자는
열정과 자유로 포장된 자기착취self exploitation라 표현했을까요.
슬럼프. 몇 달간 머릿속을 맑게 비우고 잠을 푹 자도록 노력했고, 머리가 아니라 몸을
쓰기 위해 운동에 매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힘든데도 크리에이터로 일하는 이유가 뭘까요? 열번 넘어져도 한 번 일어설 때의
그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인쇄광고물을 블랙보드에 붙이는 단순한 일을 서로 하겠다고 덤빌 정도로 머리 쓰는 것을
쉬고 싶어 하는 두뇌 노동자입니다.
번 아웃이다 싶으면 무조건 일에서 한 걸음 빠져나와 나 대신 일해줄 수 있는 팀원에게 권한위임하는 편이 낫습니다.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환경은 머릿속에서 아이디어가 제때 적절히 나올 수 있도록 완급조절을 해주는 것입니다.
여유 있게 내놓는 아이디어는 즐거움을 낳고, 억지로 뱉어내야 하는 아이디어는 슬럼프를 낳는다.
프로라면 결국 업적에 대한 보상만큼은 분명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머리가 내 맘대로 안 될 때*
첫째, 도구를 바꿉니다.
둘째, 장소를 바꾸고 시간을 쪼갭니다.
셋째, 수영을 하거나 목욕을 합니다.
넷째,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그 사람의 어휘를 흡수합니다.
뇌가 쾌적하게 느끼는, 즉 알파파가 나오는 공간이나 시간을 잘 파악한다면 괴로움 없이(적어도 덜 괴롭게) 아이디어를 낼 수 있습니다. 나의 뇌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은 평소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여름철 맥주가 맛있다
>> "매미가 운다. 지금이 바로 맥주를 마실 시간", "맥주의 맛은 거품으로 결정된다"
여러분의 일상 속 순간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잡아내보세요.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갈 때는 되도록 해당 공장이나 연구소를 방문해 일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합니다.
"물을 여과할 때 가열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맛 차이가 난다."
"브래지어는 디자인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200번 세탁(주 2회 착용 기준으로
약 2년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해도 모양이 틀어지지 않도록 봉제한다."
"고추는 같은 품종이라도 흙에 함유된 미네랄에 따라 매운 정도가 달라진다
(실제로 한국 흙에서 자란 고추와 일본 흙에서 자란 고추는 매운맛이 달랐습니다)."
"유명 위스키 마스터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매일 같은 메뉴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나와 전혀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내 머릿속에 비료를 주는 작업 같아서 굉장히 좋아합니다.
카피라이터는 클라이언트에게 영혼을 팔면 안 된다는 겁니다.
'애송이 여자' 취급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든 결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존재감*
몇 번씩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나서 캠페인이 완성될 때 느끼는 흐뭇함이란,
마치 산 정상에 올라 '야호'를 크게 외치는 기분과 같습니다.
내가 만들어낸 아이디어와 카피는 내 존재를 드러내는 또 다른 나와 다름없습니다.
'내가 생각해낸 그 아이디어는 전체 콘텐츠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숨 쉬고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아이디어를 이런 방향으로 전개하고 저런 모습으로 완성시키면서 내 감성과 스타일 일부를
캠페인 전체에 심는 과정이 크리에이티브입니다.
결국 이 존재감, 그리고 존재감을 확인하는 과정이 자신의 창의력을 계속해서 이끌어가는 동기가 됩니다.
보통은 크리에이티브 부서의 수장인 CD가 자신의 존재감을 심으며 마무리합니다.
팀원들의 아이디어를 컨셉이라는 방향에 맞게 조율하고 조화롭게 채우는 작업을 하는 것입니다.
크리에이티브 리더십은 많은 크리에이터들의 존재감을 어떻게 조율해 하나로 완성시키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디렉터로서의 크리에이터란, 팀 크리에이터들의 생각을 통합이라는 관점으로 이끄는 사람입니다.
팀원들의 아이디어에 불을 붙여주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 불꽃을 지피는 일이
디렉터의 아이디어이자 리더십이니까요.
"지금 여기 계신 수십 명 중에 저 혼자 여자인 거 아세요? 지금 짓고 계시는 쇼핑몰의 핵심 타깃도 여자이니,
지금부터 제가 보고하는 내용은 다 진리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댁에서도 사모님 말씀엔 토 달지 않으시잖아요."
아무리 지체 높은 클라이언트 보스라도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면
"제 생각은 조금 다른데요","이렇게 한번 생각해주시면 어떨까요?"라고
의견을 제시했고 어느 정도는 통했습니다.
"크리에이티브란 결국 크리에이터의 몫이다.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패기로 삼아야 한다."
제가 의견을 주장하고 설득하려 했던 것은 제가 여자라서가 아니라, 그것이 제 스타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제가 남자였다 해도 똑같이 했을 겁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는 두 가지 체온이 있다. 차가운 판단의 온도와 따스한 마음의 온도."
'경청=두 가지 체온을 지키는 태도'
경청이란 '귀 기울여 듣는다'는 뜻입니다. 표정이나 표현까지 포함해 밑바닥에
깔린 감정까지 다 들어준다는 의미로, 따스한 태도이자 낮은 자세입니다. 이러한 태도를 갖춰야만
비로소 차가운 판단을 내릴 자격이 생긴다는 의미로 적어둔 기억이 납니다.
*과격하게 또는 겸허하게*
CD라면 모든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게 동기부여하고, '클라이언트가 이렇게 해달라고 하니 이렇게 가자'고 주장하는 기획팀과, '클라이언트만 좋아하는 메세지로는 안 된다'고 버티는 제작팀 사이에서 조율해야 하며, 회사 밖에서는 클라이언트를 상대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설득도 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촬영 스태프에게 지시를 내려야 합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마. 이미 CD와 동급으로 일하고 있잖아. 지금 업계가 침체되어 있는데, 모든 사람이 놀랄 만한 화젯거리를 던지고 싶어. 다른 CD가 하지 않았던 재미있는 시도를 해도 되니까,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정확한 방향으로 뾰족하게 과제를 설정할수록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들이 편해집니다. 보물찾기에 비유해보자면, '어디든 좋으니 되는 대로 찾아봐!'보다는 '이 구역에 있으니 찾아줘!'라고 범위를 좁혀주는 것이 더 흥미를 자극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상에 필요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저의 신조이기도 합니다.
"다른 CD가 하지 않는 재미있는 시도를 해봐라." 이 말은 한동안 저의 지침이 되어주었는데요,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에도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부응하는 아이디어 A, B에 더해 기발한 아이디어 X, Z를 제안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번트가 아닌 홈런을 노리자. 삼진을 당해도 좋다. 책임은 내가 진다"고 하곤 했습니다.
그는 신문협회 광고 브리핑에서 높은 사람들을 상대로 겁 없이 발언했던 '과격한' 여성 CD라면 어떻게든 해줄 것 같다며 저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지금은 적이라도 언젠가는 아군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반대에 부딪히고 거절당해도 겸허하고 성실하게 임해야합니다. 과격한 아이디어와 겸허한 태도는 공존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특히 CD에게는 말이죠.
언젠가는 자동차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자동차 광고를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가끔은 밖으로 나가 드라이브를 하며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드라마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광고에 담았습니다. 카피는 "Meet." 제 인생에서 가장 짧은 카피에 담은 마음은 바로 그런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A, B뿐 아니라 러시아 문자나 %같은 사고방식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자신보다 우수한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보다 그릇이 큰 사람, 전혀 다른 스케일을 가진 사람을 뽑는 것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싶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가치관을 저와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표현이 세상에 나갔을 때 상처받는 사람은 없을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클라이언트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지' 같은 도덕적 측면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너의 틀에서 벗어나라*
일정 연차가 되면 제너럴리스타가 될 기회를 피할 수 없습니다.
"산다는 것은 기적의 연속이다. 인생은 꿈투성이"
"팔지 못하는 것은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다It's not Creative unless it sells"라던 광고계 거장 오길비의 말처럼, 좋은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마케팅의 최전선에서 클라이언트의 브랜드를 돋보이게 하고 잘 팔리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회사 안팎으로 길을 찾아가면서 저는 롤모델이 없어 방황하던 시기를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관점을 확장하고 생각을 넓게 열어가는 기본 자세는 나의 본질에서 탈출하는 것이고요.
광고회사의 수준 높은 영업은 성공 캠페인을 만들어 클라이언트를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클라이언트는 결국 캠페인의 결과물로 대행사를 선정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터라는 질적 승부에서 진정한 영업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경영이야말로 개개인의 잠재력을 꽃피우게 하는 크리에이티브가 아닌가 싶습니다.
"새 시대의 리더는 크리에이티브 능력이 기본입니다. 경영도 광고도, 과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해결능력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에이전시, 즉 대행업은 클라이언트 대신 브랜드를 관리하는 일입니다. 책임감이 누구보다 막중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전문가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진정성이 근본이 되어야 함이 마땅합니다.
마이너리즘, 예측 가능한 뻔한 방식이 아닌 접근방식, 한마디로 비주류 정신을 뜻합니다.
몰스킨은 최고의 예술가들이 사용했다는 탄생 스토리와 함께 '비어 있는 책'이라 어필하며 문구점이 아닌 서점에서 판매.
노트를 책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에 넣어 수많은 베스트셀러 사이에 놓고 팔다니, 얼마나 다른 접근방식으로 태어났는가 말입니다.
주관에서 벗어나 사물이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나면 버려야 할 것이 보이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알 수 있다는 겁니다.
츠타야 성공신화를 쓴 마스다 무네아키는 <지적자본론>에서 "혁신은 아웃사이더가 일으킨다"고 말했습니다. 내가 종사하는 산업에만 매몰되지 말고 다른 산업이나 자연, 문화에서 가능성을 찾으라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리더는 회사가 아니라 세상 밖에 있어야 한다고요.
*내 인생을 프로듀스하는 법*
아이슬란드에는 "Solar free"라는 말이 있습니다. '날씨 휴가' 같은 의미로, 날씨가 좋아서 그날 일은 쉰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드는 소스나 마법의 주문을 하나씩 차곡차곡 쌓아왔다가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행복을 주는 1만 4000가지14000 things to Be Happy about>라는 책을 오랬동안 간직하고 있는데요
바쁜 시간의 흐름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도 방법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깨어 있는 동안 스마트폰을 보이지 않는 곳에 두는 겁니다.
불쾌한 말을 하는 사람이나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참 가지가지 한다. 그럴 시간이 있니?'라는 생각으로 한 발짝 물러서서 바라봤습니다.
심리학적으로는 '신의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표현합니다.
인간 그리고 행복을 생각하는 크리에이티브를 계속하고 싶으니까요.
*뒤에 올 여성 크리에이터들에게*
누가 전문가로 빨리 성장하는가는 초반에 누가 더 열심히 달리느냐로 결정됩니다. 평생 먹고살 내 일이 결정되는 시기도 보통 30대라고 합니다. 그러니 전문성이라는 능력의 차이는 결국 초년의 자신이 만든다는 현실을 냉정히 알려주고 싶습니다.
크리에이티브는 성실함이 본질이니까요.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라고 자문해보았습니다. 뻔한 결론일지 모르겠습니다만, '내가 하는 일은 내 삶의 중요한 일부이니 결국 내가 행복하기 위해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마음에도 없으면서 '당장 때려치우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기보다, 주위의 긍정적인 경험을 찾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여성 리더들은 감정을 빼고 일을 중심으로 소통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리더라면 무조건 일에 초점을 맞춰 소통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사람은 브랜드와 같기에 자신만의 본질과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실무를 하는 동안에는 자신의 본질, 즉 전문성을 확고히 하는 데 집중하고, 임원이 된 후에는 회사의 가치를 새롭게 창조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여성 임원이 창조해야 할 가치 중 하나는 여성 후배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필요한 것은 여러분이 무엇을 했는지, 누구와 만났는지, 어떤 재미있는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와 같은 개인의 경험입니다. 밖으로 나가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며 자신만의 서랍을 늘릴 기회가 빨리 찾아오길 바랍니다.
그중 헛된 경험은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적어도 크리에이티브 업계에 있는 한!
"가로막힌 벽이 문으로 바뀌길 기대하며 그 벽을 두드리느라 세월을 낭비하지 마라."_코코 샤넬
우리에게는 벽보다 더 많은 문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The end.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서평 (feat. 생각하는 게 직업이신분? 이거 읽어보세요) (0) | 2021.05.06 |
---|---|
제임스 W.양의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 읽어봤습니다. (0) | 2021.04.28 |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이채훈 지음) 읽어봤습니다. (0) | 2021.04.13 |
유병욱의 '평소의 발견' 달리고 달려 완독 리뷰 (0) | 2021.04.13 |
'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다' 서평 (feat. 우주 보내는 마인드셋이 궁금해서 읽어봤습니다.) (0) | 2021.03.04 |